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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살, 다이어트를 시작하다
9살, 다이어트를 시작하다
내 인생을 돌이켜보면 본격적으로 다이어트에 대해 고민하고 스트레스를 받은 건 초등학교 저학년 때부터였다. 초등학교 2학년 때 교통사고를 당해서 종합병원에 한 달간 입원한 적이 있었다. 횡단보도 초록불을 뛰어서 건너고 있었는데 제일 끝차선에서 달려오던 트럭운전자가 대화를 하다가 나를 보지 못하고 그대로 들이 받았다고 한다.
굳이 따지면 안전염려증에 가까운 내가 앞만 보고 달릴리 없었다. 아직도 나는 횡단보도 왼쪽 정지선에 일렬로 정차해있던 차들을 바라보며 달렸던 장면이 기억이 난다. 흰 승용차를 포함한 3-4대의 차들이 슬로우모션으로 스친다. 그리고 정신을 잃는다.
15m를 날아가서 등으로 떨어졌다고 한다. 앞니가 부러지고 얼굴 피부가 많이 쓸려 고통스러운 드레싱을 매일 받았지만 정말 다행인 것은 뇌 손상이나 뼈 부러진 곳 하나 없었다는 거다. 바닥에 등으로 떨어졌다고 하는데 어떻게 뼈 하나 안 부러질 수 있는지.
나이가 어렸던 것도 한 몫하겠지만 내 생각엔 책가방이 날 살린 것 같다. 어릴 때부터 학업에 대한 열정, 복습에 대한 의무감이 엄청났던 나는
빨간 미니마우스 책가방에 교과서를 8권씩 담아다녔다. 슬기로운 생활.. 뭐 그런거였겠지? 만약 그 가방이 없었다면,, 으 정말 생각도 하기 싫다.
당시 나는 정말 뼈밖에 없이 말랐었다. 오죽하면 초등학교 청소시간, 복도 계단에 친구와 걸터 앉아서
나 "우리 엄마는 종아리를 이렇게 치면 살이 흔들린다?"
친구 "진짜? 어떻게 그럴 수 있지?"
이런 대화를 나눴던 기억이 난다. 종아리에 살이 없어서 뼈에 살이 붙어있는 정도였으니까.
유치원생 때 모습
그렇게 뼈밖에 없던 나는 사실 꽤 식탐이 넘치는 꼬마였다. 유치원생 때 어머니께서 동생들과 똑같은 양의 우유와 시리얼을 주셔도 동생보다 빠르게 먼저 다~ 먹고 "동생아 저기 봐!" 하고 시선을 돌린 다음에 몰래 한 숟갈 뺏어먹을 정도였다..!
본론으로 돌아와서, 사고가 난 후 입원을 해야 하는데 맞벌이를 하시던 부모님 대신에 손녀를 정말 예뻐라하시던 사랑하는 친할머니가 나를 간호해주셨다. 지극정성으로.
오전 9시에 의사선생님께서 회진을 시작하시는데 병원 매점도 오전 9시에 연다. 그래서 그 찰나의 순간에 간식을 먹고 싶다고 조르는 손녀를 데리고 할머니는 기꺼이 간식을 사주셨고 난 행복했다. 그리고 간식도 과자 이런 것도 아니고 짜파게티 컵라면 이런 거였던 걸로 기억,,
그렇게 매일 간식을 먹고, 문병을 온 친구와 친구어머니가 주신 과자꾸러미를 먹고(그 당시에 10,000 ~20,000원 정도였나 주면 슈퍼에서
여러 과자를 모은 꾸러미를 살 수 있었다), 밥 먹고 나서는 아이스크림을 먹고. 물론 병원밥도 맛있게 잘 먹었겠지?
한 달 후 퇴원을 했을 때 난 8kg이 쪄있었다. 집에 놀러온 이웃분들이 날 보며 한 첫마디는
"아름이 살 많이 쪘네~"
"포동포동해졌다 야~"
초등학교 2학년 때 모습
내가 속상해서 방으로 들어가 있으면 거실에서 소곤소곤하시는 소리가 들렸다. "아름이 엄마~ 아름이 살 너무 많이 쪘다" 이런 류의 대화. 어린 나이에 상처를 많이 받았다. 내가 먹어 내가 찐 것은 맞지만 ㅠㅠ
교통사고 나서 병원에 있다 왔으면 괜찮아? 하고 물어봐 줄수도 있는데 살쪘다고 핀잔하는 소리만 하신다고 어머니께 속상한 마음을 털어놨었다.
어머니 아버지도 적잖이 놀라셨겠지...? 그래서 그때부터 식사를 제외한 간식을 금지당했다. 강압적으로 하신 것은 아닌데 살면서 무언가를 먹지못하게 저지당한적이 처음이고 스스로도 먹으면 안되니까 자제해본 적도 처음이였다. 당시 내가 기억하는 내 일탈은 친구랑 뒷산에 산책가서 누드빼빼로 한 줄 몰래 먹은 것이다.
그렇게 통통이로 초등학교 3학년을 보내고, 다행히 조금씩 원래 갖고 있던 정상 체중으로 돌아왔다가 중학교, 고등학교 올라가면서 하체비만이 심해졌다. 허리는 매우 얇은데 (비율상 말고 진짜 얇은 것) 힙과 허벅지는 굉장히 두꺼워서 바지가 맞지 않았다. 명절 때 친척 어르신 뵈러 갈 때면 꼭 긴 상의를 입어 하체를 가리려고 애썼다.ㅠㅠ 당시에 스키니진이 유행할 때 였는데 바지를 32, 30 정도를 입었었다. 지금은 바지는 28, 치마는 26, 24를 입는다.
생각해보면 나의 홈트는 중학생 때부터였다. 중학생 때 옥주현 요가, 이소라 다이어트 비디오를 보면서 하체 비만에서 벗어나려고 무진장 애썼다. 고등학교 때는 매점의 맛을 알아버려서 포동포동 살이 쪄서 매일 줄넘기 10,000개 씩을 하고 다른 반 친구로부터 살빠졌다는 얘기를 듣기도 했다. 대학생이 될 무렵 하루종일 서서 일하는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면서 강하나 하체 스트레칭을 접했다. 대학생이 되어서는 친구에게 인터벌 러닝, 헬스를 조금 배워서 제대로 된 운동을 시작했었다.
대학교 졸업 후 승무원을 준비하면서도 안 해본 다이어트가 없다. 유독 얼굴이 동그랗고 볼살이 많은 편이라 남들보다 더 통통해보이는 경향이 있어서, 그 볼살 빼느라고 전체 다이어트를 해야 했다. 두유 다이어트, 샨토끼 다이어트, gm 다이어트... 다이어트란 몸무게 줄이기인줄만 알았던 나였다.
그러다가 대학 졸업 몇년 후 굳은 결심을 하게 된다. 2019년 10월. 진짜 생애 마지막 다이어트를 결심했다. 당시 유행하던 온라인 PT를 신청한 것이다. 내가 내 식사관리, 운동관리를 못해서 남에게 돈을 주고 식단 체크를 받는다? 왠지 모르게 자존심이 상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바보같은 생각,,)
학업과 일적인 면에서는 끈기도 있고 성실하고 우직하게 잘하면서 왜 다이어트는 유독 힘들었는지.. 그래서 최후의 보루로 미뤘던 돈 주고 다이어트 코치받기! 진짜 마지막이야 라는 생각으로 결제했다. '이거 안되면 나는 진짜 이제 다이어트고 뭐고 얘기 꺼내지말자' 원체 3개월씩 끊어 두는걸 부담스러워하는 타입이라 1개월 끊고, 괜찮아서 또 1개월 끊고 하다보니 총 7개월을 수강하게 되었다.
내가 노력한만큼 결과가 보이고, 나를 지켜봐주는 사람이 있으니 외로운 싸움이 아니었다. 필라테스도 같이 하면서 점점 몸매가 보기좋게 잡혀갔다. 이제 내가 내 몸을 '관리'할 수 있구나 하는 확신과 자신감이 생겼다.
그리고 2년 후인 지금, 다시 이런 날이 찾아올 줄 몰랐는데 다이어트가 조금 어렵게 느껴진다. 생각만큼 움직이기가 쉽지 않고 군것질 줄이기가 어렵다. 다이어트 성공 후 유지기간을 1년 넘게 가지다가, 확 쪄버렸다. 하루 20~30분만 운동을 해줬어도 됐는데 자만했던 모양이다. 직업특성상 식사시간이 불규칙하고 배달음식을 자주 먹다보니 나도 모르는 새에 살이 야금야금 찌고 있었다. 남들이 볼 때는 그렇게 살이 많진 않을 수 있지만 나는 이전 7개월 동안 빡센 다이어트를 하면서 내가 몇키로일 때 가장 기분도 좋고 몸도 가벼운지 알아버렸다. 우선 현재의 모습을 인정하고, 그 때는 대체 어떤 음식을 어떻게 먹고 무슨 생각으로 버텼는지 돌이켜보려고 한다.
체지방률을 25%에서 18, 17 과도하게는 14%까지 줄였던, 다이어트를 성공했던 7개월 간의 식사기록을 다시 꺼내어 보려고 한다.
하루에 하나씩, 어떤 것을 먹었는지 기록하자! 도저히 방법이 안보이는 어느 누군가에게도 도움이 되길 바라며 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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